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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 가는 고음악을 찾아서 - 네우마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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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12-14 01:24 조회3,0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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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 가는 고음악을 찾아서,

네우마 협동조합 정승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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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북촌의 한옥, 잔잔한 음률이 공기를 울린다. 고음악을 보존하고 대중에게 전달하는 네우마 협동조합의 목소리다. 클래식, 그중에서도 르네상스, 고전파, 바로크 시대의 원전 음악을 일컫는 고음악은 대중들에게 다소 낯선 장르지만, 네우마 협동조합은 고음악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조합원들을 만나 네우마 협동조합의 다양한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Q.먼저 네우마 협동조합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A.클래식 음악을 하던 사람들이 만든 모임이에요. 이전에도 10여 년 정도 함께 연주회를 했고, 꾸준히 음반을 냈어요. 그런데 순수 예술 단체를 10년 이상 유지하다 보니 한계가 오더라고요. 다른 곳에서 돈을 벌어 여기에 쏟아붓는 일이 반복됐어요. 음반 하나, 연주 한 번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니까요. 협동조합의 형태를 갖추면 결속력도 생기고, 가능한 일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협동조합의 구체적 모델은 아직 찾아가는 중이지만 무엇보다 저희가 하는 음악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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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클래식 중에서도 고음악을 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고음악이란 무엇인가요? 현대의 클래식 음악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A.고음악은 5, 600년대 중세에서부터 시작된 고전 음악이에요. 그중에서도 저희가 하는 음악은 미사 음악이나 예배 음악 등 당대의 왕과 귀족들이 향유하던 종교 음악입니다. 국악에 비교하면 민속악보다는 정악이나 제례악에 가까워요.
현대의 클래식 음악은 여러 가지 기술적 기교가 첨가되어 있고, 굳이 따지자면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음악이에요. 그에 비해 고음악은 본질에 가까운 음악이며, 즐기기보단 절제하고 희생하는 음악이죠. 누구 한 명이 주목받기보다는 모두가 협력하고 자신을 희생해야 가능한 음률이에요. 반주나 연주 방법도 현대 클래식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화려한 기교나 기술보다는 음률 자체의 단순함을 가지고 감동을 주죠.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듯하지만 오래 생각할수록 본디 재료의 맛을 찾을 수 있는 전통 음식 같달까요. 우리의 정서와 연관 지어 생각하자면 조선 시대의 소박함과 닮아있는 음악입니다.

Q.고음악을 보존하고 전달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느낀 계기가 있으신가요?
A.고음악을 하는 단체가 많지 않아요. 고음악 중에서도 종교 음악을 하는 단체는 저희가 거의 유일하고요. 이전부터 교회 음악 전문 연주 단체로 활동했었는데, 이렇게 전문가들이 모여 종교 고음악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는 네우마 협동조합뿐이라고 알고 있어요. 일종의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죠.
힘들고 괴롭지만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너무나 중요한 음악인데 실제로 공연에서는 볼 수 없거든요. 사람들이 문화의 쏠림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클래식은 특히 그래요. 클래식이라고 하면 오케스트라나 오페라 등 대중매체에서 접할 수 있는 장르가 전부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고음악이야말로 서양 클래식의 원류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받고 있기에 우리가 꼭 보존하고 전달할 필요가 있어요.

Q.문화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공연을 하신다고 알고 있는데, 이러한 사회 공헌 활동을 시작하게 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문화 소외 계층은 음악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요. 음악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섣불리 편견을 갖지 않거든요. 게다가 많이 지친 분들이 오시기 때문에 저희 음악에 많은 위안을 받아가시기도 하고요. 그런 분들에게 정서적으로 위안을 드리고 싶었어요.

Q.이외에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시라고 들었어요.
A.네, 클래식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노력 중이에요. 클래식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용어부터 하나하나 풀어 해설하고, 재미있고 쉽게 설명할 거예요. 한 시간을 듣고 나면 클래식은 이런 거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요. 춤이나 광고, 혹은 드라마나 영화에 배경으로 쓰이는 음악을 듣고 이 곡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 목적에 적합한 곡인지 함께 알아보는 강의도 있어요. 생활에 자리한 다양한 클래식 음악과 인문학을 접목한 강의가 될 예정이에요.
또한 초중고등학교의 진로 교육 과정에서 음악과 인문학을 접목시킨 강의도 예정되어 있어요. 인문학적인 요소를 다루며 아이들의 진로 찾기에도 도움을 주는 강의예요. 사실 우리나라의 음악 교육은 일제강점기의 잔재가 남아있어 아직도 일본식 암기 교육이 이뤄지고 있거든요. 오히려 음악 교과서 때문에 아이들이 음악을 싫어하게 돼요. 음악 수업에서 음악을 듣고 좋다, 나쁘다, 싫다, 기쁘다 등 자연스러운 감정을 느끼고 다양한 음악을 듣게끔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죠. 단원 모두가 오래 음악을 했고 교육 경험이 있기에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고, 다양한 커리큘럼을 준비하고 있어요.

Q.네우마협동조합이 거둔 가장 큰 성과를 꼽자면 무엇이 있을까요?
A.음반을 꾸준히 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해요. 저희는 고음악을 알리고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여섯 장의 음반을 냈고, 지속적으로 연주회를 하고 있거든요. 특히 저희의 다섯 번째 음반은 밀라노의 교회에서 서기 4, 500년대에 불렀던 노래인데 현지에서도 거의 명맥이 끊긴 곡이에요. 그걸 바다 건너 대한민국에서 재현한 거죠. 다행히도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요. 저희 나름대로는 굉장히 커다란 업적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사라지더라도 음악은 남아서 2000년대 초반에 한국에서 이런 음악가들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었구나, 누군가가 기억해주길 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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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마지막으로 네우마협동조합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A.우리 같은 사람들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꼭 고음악이 아니더라도 잊혀지는 예술을, 소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임을 만들고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했으면 해요. 네우마 협동조합이 그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길 바라고요.
한 가지만 더하자면, 네우마 협동조합이 크게 유명해지지는 않더라도 마니아들이 꾸준히 찾아주는 단체가 되길 바랍니다. 전용 공연장을 갖추고 항상 연습하고, 일정한 시간에 사람들이 찾아 우리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더욱더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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