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가 인터뷰] 뚝심있는 엄마들의 밥 한 그릇 - 구름산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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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작성일15-04-09 14:17 조회2,83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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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 있는 엄마들의 밥 한 그릇
구름산협동조합
안명자 이사장 (사진 오른쪽) / 윤명숙 사무국장 (사진 왼쪽)
밥 냄새 폴폴, 우리네 엄마
따뜻한 이불보에서 잠이 설핏 깼을 때 부엌 문지방을 타고 넘어오는 도마 소리와 된장찌개 냄새가 그리울 때가 있다. 아침밥이 준비되면 엄마는 분명 대강 설거지를 끝낸 차가운 손으로 나를 깨우러 올 것이다. 그 동안은 조금 더 타닥타닥, 보글보글, 부엌에서 일어나는 교향악을 감상해도 된다. 유년시절 엄마는 곧 부엌이었고, 땡고추를 많이 넣어 끓인 얼큰한 된장찌개였고, 젓갈 냄새 청량한 김치였고, 무 가득한 갈치조림이었다. 우리는 모두 그런 너그럽지만 고집스러운 엄마의 음식을 먹으며 자랐다.
구름산협동조합(이하 구름산)의 안명자 이사장과 윤명숙 사무국장을 만났을 때 유년시절 음식 냄새가 몸에 밴 우리네 엄마가 떠올랐다. 인자한 표정이었지만 자식 입에 제대로 된 먹을거리가 들어가야 한다는 우리네 엄마의 고집스러움이 말끝마다 서려 있었다.
“우리는 엄마들이 만든 그 집 고유의 김치와 된장찌개를 먹고 살았어요. 저도 엄마이고 사회생활을 하지만, 사서 먹이지 않고 단출해도 직접 만들어 먹이죠.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파는 김치, 된장찌개를 먹으며 살아요. 광명에서 생활협동조합 일을 오래 하면서 요즘 아이들은 왜 이렇게 조급할까, 왜 우리가 모르는 이상한 점이 많을까 생각한 적이 있어요. 결국 집안에서 머리를 맞대고 먹는 밥이 다 사서 만든 밥상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마음과 마음이 모인 밥상이 아닌 거죠.”
윤 사무국장은 밥상과 행복이 멀어진 사회가 안타까웠다. 그래서 안 이사장과 함께 소매를 걷어붙이고 구름산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사업의 시작은 고집스럽게도 음식 재료부터였다. 3년 전부터 350평가량의 텃밭을 일궈 채소를 키우고 된장을 담갔다.
“모든 걸 상품화해서 많이 파는 것이 목적은 아니에요. 단지 ‘엄마가 만든 것’을 먹이고 싶다는 일념이고, 집에 돌아가 자신만의 반찬을 만들어 보라는 권유인 거예요. 요즘 사람들은 공장에서 찍어 낸 똑같은 음식을 먹고 살잖아요. 그런 삶을 지양하자는 것이죠. 일종의 시민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식생활 안전운동!”
구름산의 이유 있는 기승전결
엄마들의 의기투합으로 모였지만 서두르지 않았 다. 3년 정도의 준비 기간을 두어 적절한 사업의 형태와 소비 대상을 고민했다. 그 과정에 기승전결 (起承轉結)이 완성됐다. ‘기(起)’는 도시텃밭이다.
“저희 사업의 모태가 도시텃밭이에요. 여기서 나오는 채소, 곡식, 콩, 깨 같은 재료로 우리 밥상을 만드는 게 이 사업의 모티브예요.”
물론 모든 재료를 텃밭에서 생산할 수는 없다. 텃밭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가공식품은 생협에서 사거나 지역안에서 해결하려 한다. 재료 공급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되도록이면 로컬푸드를 사용 하는 것이 흔들림 없는 구름산의 원칙이다.
‘승(承)’은 이 도시텃밭에서 나오는 재료를 이용해, ‘광명슬로비’라는 브랜드로 도시락을 만들고 케이터링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광명슬로비는 새로운 것을 배워 하는 화려한 요리가 아니라 우리네 엄마들이 그랬듯이 양념을 최소화하고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손맛’ 그대로의 음식이다.
“사실 ‘슬로비’라는 이름이 이미 유명한 사회적 기업의 브랜드로 쓰이고 있어서 많이 걱정했어요. 그래서 해당 기업에 문의를 했었는데, 당시 상표 출원을 하지도 않은 상태였고 취지가 같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으니 괜찮다는 허락을 받았어요.”
건강한 밥상에 대한 고민은 어디든 있다. 그 가치를 공유한다면 같은 이름은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했다. 광명슬로비를 통해 어느 정도 수요가 있음을 확인했고, 앞으로 수익에 대한 전망도 낙관적인 편이지만 무조건적인 이익을 남기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구름산의 ‘전(轉)’은 수익의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 하여 어려운 아이들에게 먹을거리를 나누는 일이다.
“구름산 조합원 중 4명은 ‘푸른 정거장’이라는 청소년보호관찰 프로그램에 ‘푸른 멘토’로 7년간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어요. 활동을 하면서 안 타까웠던 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들이 먹는 음식에 어떤 재료를 쓰는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복지 카드로 패스트푸드나 분식 같은 것으로 한 끼를 때운다 해도 별반 문제 의식이 없지요. 하지만 구름산은 그게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가정에서 공급되지 않는 음식은 아이의 몸과 마음을 망칠 수 있어요. 그리고 이는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지요. 우리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먹을거리를 먹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려운 아이들일수록 더 제대로 된 재료로, 제대로 만든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구름산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구름산의 ‘결(結)’은 교육과 운동을 통해 자신들 같은 고집스러운 엄마들을 많이 만드는 일이다.
“요즘 사람들은 아이들 먹을거리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느날 제 남편이 도곡동 카페에 갔다가 어떤 엄마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삼각김밥을 사와서 자식에게 먹이는 모습을 보았대요. 심지어 그 엄마는 아이에게 ‘삼각김밥’을 영어로 외우게 하더래요. 그 모습을 보면서 참 한심하다고 생각했대요. 저는 그 얘길 듣고, 며칠씩 가도 상하지 않는 밥을 주면서 영어를 백날 가르치면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먹을거리에 대한 교육이 정말 필요해요.”
아직 본격적으로 가동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구름산은 요리강습 등을 통해 먹을거리에 대한 중요성을 교육하고 우리네 밥상 문화를 바꾸어 내고자 한다. 사실상 가장 핵심이자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운동과 교육을 ‘기(起)’가 아닌 ‘결(結)’에 둔 이유는 말보다 앞서 실체, 즉 사업이 성공해야 운동에 힘이 실리고 교육에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사업과 운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
7명의 조합원이 있는 구름산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실무자는 안 이사장과 윤 사무국장, 두 사람이다. 도시텃밭은 주말농장처럼 운영되어, 조합원들은 물론 가족들까지 함께 도와 꾸려가고 있다. 도시락이나 케이터링의 경우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 모든 조합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일을 처리한다. 언뜻 사업인지 운동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사업의 성공이 우선이냐, 운동이 우선이냐는 사실 가장 큰 고민이에요. 사업만 신경 쓰면 단순히 이윤 추구하는 주식회사가 되고, 협동조합 정신만 가지고 있으면 지속성을 담보하기가 어렵죠. 결국엔 사업과 운동을 잘 병행해야 해요. 그래도 돈을 많이 벌어야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 우선은 실체를 먼저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먹을거리의 소중함을 알리는 ‘운동’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사업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한 것이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구름산은 실체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잡고 있었다.
“지금은 최저임금을 인건비로 책정했는데 그것도 잘 안 되는 상황이에요.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도시락 하나에 단돈 200원이라도 적립하자 생각하고 있어요. 어떻게 살아남을까 고민이 들지만 우리가 남들과 차별되는 지점은‘ 투명성’이에요. 너나 할 것 없이 바른 먹을거리라고 말들 하지만 실은 구체적으로 뭐가 바른지 공개하고 있지 않아요. 저희는 홍보 리플릿에 원산지 등을 구체적으로 다 표기해요.”
재료와 가격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 윤리적이고, 그것이 시장에서 통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장사라는 게 신뢰가 필요한데 초심을 잃으면 장사가 망해요. 구름산을 협동조합으로 만든 것도 다 초심을 지키기 위한 장치예요. 안전한 먹을거리 교육과 쉬운 요리를 통해 집밥을 차리는 엄마를 양성하자는 그 초심을 잃지 말자는 거죠.”
구름산은 올해 마을기업에 지원할 예정이다. 비좁은 작업 장소를 넓혀갈 임대료가 필요하다는 이유가 크지만, 무엇보다 마을기업이 이렇게 선명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단다.
안 이사장과 윤 사무국장의 두툼한 손에 뚝심이 엿보인다. 우리네 엄마들은 이렇게 우리를 키웠고 공동체를 일으키고 사회를 지탱해 왔다. 구름산의 고집이 그것을 증명한다.
출처 :「2014년 사회적경제, 내일을 상상하라」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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