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가 인터뷰] 가족과 이웃, 지역을 환히 비추는 등대처럼 (광명YMCA등대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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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작성일15-01-29 13:53 조회2,65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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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라는 단어를 들으면 칠흑같이 깜깜한 밤에 한 줄기 빛을 비춰 길을 헤매는 이들의 든든한 동반자이자 위안이 되어 주는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또 외따로 떨어져 묵묵히 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헌신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현장에서 만나본 광명YMCA등대생협은 그 이름만큼 환하고 따뜻했다. 조합원 한 명 한 명을 촛불로, 그 촛불이 모여 만들어진 소모임을 등대라고 부르며 마을기업, 공동체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때부터 지역을 든든히 비추고 있었다. 이제는 생협 매장이라는 거점을 중심으로 더 많은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그 온기와 빛을 더하고 있다.광명YMCA등대생협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등대생협은 생협이 먼저가 아니라 ‘등대’에서 먼저 시작됐습니다. 등대는 6∼7명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소모임이자 학습 공동체이고요. 1994년에 시작해서 1995년에 15개 등대가 점등을 했습니다. ‘점등’은 소모임으로 인정 받아 하나의 등대로 활동을 시작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 때 인원이 90명이었어요. 저희 이름도 처음에는 광명YMCA생활협동조합이었다가 우리가 그냥 생협이 아니라 등대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진 생협이란 의미에서 생협 앞에 등대라는 말을 붙이기 시작했죠. 등대라는 이름이 참 예쁜데요, 등대생협의 구조와 규모는 어떻게 되나요? 하나의 등대는 여러 개의 ‘촛불’로 이루어집니다. 촛불은 흔히 말하는 생협 회원, 조합원입니다. 2008년에 활동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등대가 40개, 촛불이 300명 정도에 달했어요. 현재는 촛불 약 220명과 매장 회원 약 350명 정도를 더해서 약 560∼570명 정도 규모가 됩니다.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해 오셨나요? 초반에는 어머니들 공부 모임으로 시작을 해서 만들어진 등대들이 활성화되면서 삶터와 연결된 다양한 마을 활동과 지역 활동을 했어요. 마을장터, 마을축제, 영화제, 작은 도서관 만들기 같은 마을 활동과 쓰레기종량제 모니터링, 생태습지 보존 활동, 촌지 없애기 운동, 사랑의 김장 나눔, 이런 지역 활동들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해오신 일을 보면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주를 이루는데, 최근 지자체에서 사회적경제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현재 지자체들마다 마을 만들기에 노력을 기울이는데 저희는 2002년부터 해서 2008년 정도까지 마을 만들기 사업이 엄청나게 활성화되어 있었어요. 예를 들어 나눔장터 같은 경우는 등대 모임에서 활동하던 아기 엄마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실현됐어요. 요즘 자녀 수가 줄어들다 보니 옷은 다 좋은 것들로 사지만 물려줄 데가 없잖아요. 이분들이 서로 옆의 엄마에게 물려주고, 물려받고 하면서 “이거 너무 좋다. 우리끼리만 하지 말고 마을에서 한번 해 보면 어때? ”라고 결의 했고, 하안 5단지, 8단지, 9단지, 철산동, 광명동 등 마을별로 확산됐어요. 쿠폰 발행도 하고요. 이런 활동을 하면서 ‘살기 좋은 마을, 내가 살고 싶은 마을’에 대한 토의를 꾸준히 하고 이런저런 활동들을 해 왔죠. 이러한 활동들의 기저에는 조합원, 아니 촛불들의 어떤 생각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을 까요? ‘따뜻한 공동체, 더불어 사는 공동체, 생명을 살리는 공동체’에 대한 생각, 즉 공동체가 기본 바탕에 깔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광명 지역에 다양한 생협들이 활동하고 있고 매장도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요. 등대생협의 오랜 역사에 비해서는 매장을 늦게 만드신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광명은 생협이 잘 되는 곳인가 봐요. 한살림, 아이쿱, 아름다운생협 등 참 다양하죠. 그중 아이쿱은 매장 규모가 100평이 넘어요. 저희가 2011년에 매장을 만들게 된 건 등대가 무너질 것 같다는 위기감에서였어요. 그 전에는 등대를 통해서 생활재를 공급해 왔어요. ‘생활재’는 생협에서 파는 먹을거리를 비롯해서 모든 판매 물품을 가 리키고, ‘공급’은 집으로 생활재를 배달하는 걸 말합니다. 등대 모임을 안 하면 생활재를 공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등대 모임을 하셨는데, 생협이 늘어나면서 내가 원하는 먹을거리를 다른 생협에 가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된거죠. 그러다 보니까 촛불들이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매장을 만들 때도 매장이 생기면 사람들이 자연히 매장으로 가고 등대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고민 때문에 끝까지 주저했습니다. 등대생협을 이루는 등대라는 기반이, 등대가 만들어 온 공동체가 약해 질 수 있으니까요. 등대의 핵심적인 행위가 바로 공급인 것 같네요. 생협이라는 것이 소비자는 안전한 먹을거리가, 생산자는 안정적인 유통망, 공급처가 필요하기 때문에 만들어졌지만, 한편으로는 생협을 이용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삶을 좀 더 생태적으로 만들고 자연적이고 평화롭게 살아 보자는 의미도 있거든요. 저희가 사용하는 용어, 이를테면 생활재니 공급이니 하는 것들도 삶을 살리는 용어, 생명을 주는 용어로 바꿔보자라 고 해서 새로운 의미를 더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급’이라는 단어에는 단순히 ‘판다’가 아니라 ‘당신이 이 생활재를 구매하고 받아서 사용함으로써 생산자를 살리고, 지구를 위해서 가치 있는 소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러나 현재는 공급 시스템의 변화로 인해 공동 공급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 촛불 회원만 공급을 받고 일반 매장 회원들은 공급을 받을 수 없나요? 촛불이 아닌 일반 회원들은 매장만 이용하실 수 있어요. 촛불들은 등대 모임을 통해서 공급을 받는데요. 모임 하는 집으로 촛불 수만큼 공급을 하면 거기서 촛불들이 각자 생활재를 나눠서 가져 가세요. 모임을 하는 집은 자기 집을 개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각자 조금의 불편함은 있지만 그 불편함이 훨씬 경제적인 거죠. 개별로 일곱 집에 보낼 것을 딱 한 집에만 보내면 되는 거예요. 공급하는 차는 그만큼 기름을 덜 쓰게 되는 거고요. 기름을 덜 쓴다는 건 비유적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지구를 살리는 활동 중 하나일 거고요. 가끔 공급하시는 분들이 아파트에 가서 “공급 왔어요.”라고 하면 무슨 말인지 몰라서 차단기를 안 열어 준대요. “배달왔어요.”라고 해야지 열어 준다고 서운해 하시던 게 생각나네요. 고심하여 만든 만큼 등대생협 매장은 그 위상이나 역할, 운영방식도 남다를 것 같은데요. 등대를 살리기 위해서 만든 매장인 만큼, 저희는 그냥 슈퍼마켓 형태의 매장을 운영하고 싶진 않 았어요. 그래서 저희 이사들이 각 지역 공동체들의 매장을 다 견학하고 돌아와서‘우리는 이렇게 만들면 좋겠다’는 안을 가지고 촛불들, 등대들을 모아 놓고 설명회를 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매장이라고 안 부르고 ‘커뮤니티 센터’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모임에 동의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촛불, 등대만 참여했다면 커뮤니티 센터를 통해서 지역 주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커다란 등대, 마을 개념의 등대를 만들어 보자고 한 거죠. 실제로 매장에서는 생활재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사랑의 김장나눔, 기부 행사, 안전 먹을거리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또한 저희 매장에 계시는 활동가 분들은 전부 다 마을 이사와 등대지기를 거친 분들이세요. 다른 곳은 직원 형태로 사람을 뽑아 매장을 운영하지만 저희는 촛불들 중 몇 년차 이상 되신 분들이 자발성을 갖고 매장 운영을 내 살림처럼 아주 잘 하고 계세요. 등대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희는 흔히 ‘등대는 늪’이라는 말을 해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날 때마다 그냥 수 다가 아니라 뭔가 ‘거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게 되고, 이런저런 제안이 나오면 실제로 실행도 해 보고요. 모임에서 각자 역할이 있어서 담당하는 것을 배우고와서 서로에게 가르쳐 주는 ‘서로배움’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리더십 이나 자신감도 갖게 돼요. 자기도 모르게 훈련이 되는 거죠. 촛불은 살아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매년 등대를 새로 구성해요.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거죠. 등대가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길 기대하시나요? 저희가 한 분, 한 분을 촛불이라 부르는 건 ‘내가 불을 밝힘으로 인해서 주변이 환해지고, 그 불이 여러 곳에서 밝혀지면 지역이, 나라가 환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요즘은 주부들도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보니 등대에 참여할 주부들이 줄어 들고 자연스럽게 등대가 튼튼하지 않은 부분이 생겼어요. 등대를 튼튼히 하는게 결국 조직을 튼튼히 하는 것이죠. 그로 인해 지역의 삶을 보다 평화롭게 만드는 것이 저희들의 바람입니다. 그래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바로 ‘등대 조직의 내실화’랍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등대를 튼튼하게 하는 것과 함께 내년, 후년에는 생활재가 아닌 다른 주제를 가진 센터를 만드는 것을 고민하고 있어요. 광명동 쪽에 촛불들이 많은데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거든요. 내년에는 그것에 대해서 한번 구체적으로 논의해 볼 계획입니다. 저희는 매년 하나씩 기조를 정하고 있어요. 2014년의 기조는 ‘내가 행복하면 5명이 행복하다’입니다. ‘내가 행복하려면?’이라는 물음에서 시작해서 등대가 어떤 사업을 하면 내가, 우리 가족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행복해질지를 사업적으로 하나하나 풀어갈 생각입니다. 출처 : 2013 광명시 사회적경제기업 우수사례 및 성과보고집 "사회적경제, 내일을 상상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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