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소식 사회적경제소식
HOME
사회적경제이야기

[사회적기업가 인터뷰] 자작나무는 무슨 꿈을 꿀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담당자 작성일15-03-25 16:28 조회2,658회 댓글0건

본문

  자작나무는 무슨 꿈을 꿀까?
꿈꾸는 자작나무 박경은 대표   박경은 대표님     노력으로 다져진 내면의 단단함 가늘고 하얀 수간이 하늘 높이 시원하게 치켜 올랐다. 가느다란 가지 끝에 달린 연녹색 잎사귀들이 산들바람에 재잘댄다. 손바닥을 가져다 대면 오랜 세월 동안 나이테의 틈을 단단하게 메워 온 나무의 오기가 느껴진다. 자작나무의 아름다움은 이 의외의 단단함이다. 덩치를 키우기보다 오랜 시간 내면을 단단하게 채워 온 이 나무의 꿈은 무엇일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꿈꾸는 자작나무’ 공방을 찾았다. 바깥 풍경이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채광 좋은 공방에 자작나무 모형이 눈에 띈다. 주변으로 아기자기한 소품이 즐비해 있고, 태양의 색을 닮은 가구 위에는 나비 장식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내려앉아 있다. 톱밥이 먼지처럼 가라앉은 여느 어둑한 공방과는 다른 성숙한 여인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아니다 다를까. ‘꿈꾸는 자작나무’는 지역의 경력단절여성과 이주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광명시 마을기업 제9호로, 상주하는 5명 모두가 여자들인, 그야말로 ‘여자들만의 공간’이었다. “처음엔 그냥 집에서 취미삼아 하던 일이었는데, 제 작품을 보신 몇몇 이웃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고, 주문이나 수강 요청이 많아지면서 3평짜리 개인 공방까지 차리게 되었어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의 ‘꿈꾸는 자작나무’가 생기게 된 거예요. 2013년 10월 25일에 마을기업이 되었는데, 그땐 마을기업이 뭔지도 잘 몰랐어요. 하다 보니 욕심도 생기고 여성들을 위한 일자리도 더 많이 만들고 싶어지더라고요.” 박경은 대표의 짧은 기업 소개에 여러 명의 일자리를 책임지는 그녀의 열정이 엿보인다. 개인이 아닌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일인만큼 부담감도 크다고 한다. 그 부담감의 크기를 박 대표는 고스란히 노력으로 채우고 있었다. “물론 마을기업을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힘든 순간들도 많았어요. 또한 저 역시 주부이고 엄마이다 보니 일과 가정, 양쪽 다 소홀히 할 수 없어 곱절로 힘들었죠. 낮으로는 회사일로 바삐 뛰어다니고, 저녁엔 다시 집안일과 아이들을 돌보고, 다시 밤에 공방에 나와 아이디어 개발과 시제품을 제작하는 작업을 하곤 해요. 세상에는 절대 공짜란 없는 거고, 노력한 만큼 얻는 것이라고 주변과 나 자신에게 늘 강조하죠.” 이러한 노력의 성과인듯 ‘꿈꾸는 자작나무’는 2014년에 경기도에서 주관하는 스타기업 및 대표상품 지원사업에서 총 1600개 참여기업 가운에 20개 스타기업과 10개 우수상품인 ‘빅텐(BIG10)’에 동시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또한 마을기업박람회 주최 기관에서 수여하는 대한민국 우수 마을기업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는 전국 150개 업체가 모인 가운데 선정된 것이었다. 신생 기업치고는 꽤 화려한 수상 이력을 자랑하며 많은 이들의 인정과 관심을 받고 있다. 1년을 버티는 신생 자영업체가 50%가 채 되지 않는 한국 현실에서 ‘꿈꾸는 자작나무’가 이만큼 성과를 내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꾀부릴 줄 모르고 무조건 열심히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꿈꾸는 자작나무 로고     경쟁력 있는 제품에 열정은 덤 ‘꿈꾸는 자작나무’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에는 목공예 교실을 여는 것이 주요 사업이었다. 그러나 경력 단절 여성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더욱 관심을 쏟다 보니,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일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그런 이유로 목공 교실보다는 상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목재로 하는 모든 것에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벤치, 의자, 책상 등 주문만 있다면 가구 제작도 물론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판로가 부족한 가구 대신에 마진율을 낮춘 인테리어 소품이나 사무용품 등을 제작하기도 하고, 친환경 물감을 이용하는 등 기존의 틀을 깨는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단체 납품을 할 수 있는 기업이나 관공서를 상대로 판촉물 위주의 홍보도 많이 해 오고 있다. 몇 천 원으로 만들 수 있는 저렴한 제품에서부터 고가에 이르는 제품까지, 나무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판촉물들을 맞춤 제작하고 있다. “판촉물 홍보를 위해서라면 요즘은 어디든 찾아가요. 내일은 전남 곡성에 있는 기차마을 홍보관에 영업하러 가요.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지요.” 이러한 저돌적인 영업의 성과인지, 아니면 선택폭이 넓은 다양한 아이디어의 제품 때문인지, 최근 관공서 의뢰가 부쩍 많이 들어오고 있다. 전체 생산품 중에 판촉물 생산량이 약 70%를 차지하면서, 본격적으로 판촉물 상표 등록도 준비 중이다. “얼마 전에는 KBS‘ 인간의 조건’이라는 프로그램의 메인 작가와 미팅 약속을 잡았어요. 저희와 아이템을 공유할 수 있는지 문의가 와서 같이 촬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열심히 발로 뛰다 보니 지인들도 관심을 가져 주시고 소개해 주세요.” 지난해 열린 핸드메이드박람회에서는 엄길청 경제 전문가에게 ‘꿈꾸는 자작나무’의 제품이 저렴하고 아이디어가 좋아 상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월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줌갤러리’전시에 참여하기도 했다. “박람회 참석할 때도 우린 트럭으로 물건들을 실어 날랐어요. 뭐든 많이 보여 주고 알려야 한다는 마음이에요. 한번은 경기도사회통합센터를 통해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참석하는 포럼 행사에 광명시를 대표하는 스타기업으로 참가한 적이 있었어요.당시 여타 스타기업을 포함해서 150개 업체가 참가하는 큰 행사였는지라 정말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누구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캐릭터가 새겨진 시계와 액자, 명함집 등을 만들어 갔어요. 다행히 공개적으로 선물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이 일 덕분에 국회의원들의 캐릭터 문의가 가끔 들어오고 있어요.” 제품에 대한 자신감은 기본이요, 열정으로 똘똘뭉친 무대포 정신은 덤으로 갖춘 ‘꿈꾸는 자작나무’의 행보가 놀라울 따름이다.     꿈꾸는 자작나무 1    꿈꾸는 자작나무 2     작은 희망들이 함께 모이는 곳 박 대표 역시도 오랫동안 전업주부 생활을 하다 내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우여곡절 끝에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기에 주부들의 마음, 경력 단절여성들이 겪는 좌절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박 대표가 경력단절여성들과 함께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어쩌면 바로 그녀 자신의 삶을 대변하는 자연스런 일이기도 했다. “예전부터 주부들의 삶에 관심이 많이 갔어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한없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주부들. 저 역시 그런 시간을 보냈으니까요. 경력단절여성들이 꼭 예전의 제 모습 같아서 도와 주고 싶었어요. 목공일을 하면서 느낀 성취감을 그녀들에게 나눠 주고 싶었죠.” 진정성이란 이런 게 아닐까? 어느 누구도 시킨 적 없지만, 내 일 같아서 스스로 챙겨 하는 일! 마을기업이나 사회적기업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그녀의 진정성은 자연스럽게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회적으로 보탬이 되고 있다. “성공이란 단어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한번 가보고 싶어요. 저를 믿고 따라 오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어요. 아줌마라서 안 되는 게 아니란걸 보여 주고 싶어요. 우리 일은 정년이 없는 평생 직업이에요. 주부들도 남편들 보란 듯이 일할 수 있어요. 게다가 여자들끼리 일하니 얼마나 좋아요. 1, 2년 후쯤에는 같이 일하는 사람이 스무 명은 됐으면 좋겠어요.” 박 대표의 바람을 끝으로 인터뷰가 마무리되었다. 좀 더 자세히 공방을 둘러보는 사이 자작나무 모형 옆 테이블 가득 밥상이 차려졌다. 각자 분주히 작업을 하던 ‘꿈꾸는 자작나무’구성원들이 얼룩덜룩 물감이 묻은 앞치마와 토시를 한 채로 모여 앉았다. 맛있는 음식 냄새에 소소한 이야기들이 곁들여진 그녀들만의 수다 타임. 모두 여자들이다보니 공감 가는 이야기들로 꽉꽉 채워져, 오고가는 음식만큼이나 마음과 마음이 풍성하게 통한다. “소통하지 않으면 진심이 통하지 않는 법이죠.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 마을 하나가 상생의 단위가 되어 어우러져 살아가는 일이 절실한 요즘이네요.” 박 대표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해 본다. 자작나무의 꿈은 혼자 살아남지 않는 일이다. 가늘지만 단단한 나무들이 모여 모진 계절을 견디듯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소외된 여성들이 모여 마음을 기대고 희망을 찾는다. 폭풍이 몰아쳐도 자작나무 숲 한가운데는 가는 수간들이 모여 평온하다.         출처 :「2014년 사회적경제, 내일을 상상하라」 Interview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