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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가 인터뷰] 따뜻한 마을 공동체를 꿈꾸며 천천히, 그리고 함께 (다살림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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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작성일15-05-04 15:21 조회2,6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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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희 이사장님

 

따뜻한 마을 공동체를 꿈꾸며 천천히, 그리고 함께

다살림협동조합
서원희 이사장


 

 

마을이어야 하는 이유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우리에게 ‘마을’이란 단어는 특별하지도 낯설지도 않은 것이었는데, 최근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종종 던지는 화두 중에 하나가 마을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 시대에서 더 이상 마을은 익숙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은 것이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을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인데, 현대인들은 대개 시골에 살지도 않고, 사람들 머릿속에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은 ‘아파트’라는 게 마치 공식처럼 박혀 있으니 말이다.

사실 시골이든 도시든 아파트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이웃과 소통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쉽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이웃 간의 사소한 다툼에서 시작한 끔찍한 사건들을 보면서 더욱더 현관문을 견고히 하고 마음의 빗장도 함께 걸어 잠그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이웃은 이웃이 아닌 게 되고, 마을은 사라져갔다.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마을을 이야기한다. 왜일까? ‘마을-동네-골목’식으로 이어지는 연상작용의 끝 어딘가에서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까? 마을이라는 추상적인 울타리가 우리들에게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각박한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끊임없이 우리를 마을로 향하게 하는 것일까?

여기, 그 마음을 헤아려 마을을 마을답게, 이웃을 이웃답게 만들어 보자고 나선 협동조합이 있다. 정관에 적힌 그대로 “이웃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정을 주고받는 마을 공동체 복원을 목적으로 한다.”는 다살림협동조합(이하 다살림)이 바로 그곳.

미리 밝히지만, 다살림협동조합의 서원희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대개 기업 소개로 시작하여 구체적인 사업 내용으로 이어지다가 향후 계획으로 끝맺음을 하는 여타의 인터뷰들과 사뭇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협동조합의 정의와 의미를 되짚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3시간 남짓한 시간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서 이사장은 다살림, 나아가 모든 협동조합이 갖추어야 할 ‘원칙’과 ‘가치’에 대해 흔들림 없는 신념을 피력했다.

“협동조합이 일반 영리기업은 물론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 등 다른 조직과 차별화되는 이유는 모든 구성원이 주인이라는 점이에요. 1인 1표를 행사하는 민주적인 조직이고, 공동 소유 및 공동 운영을 핵심 원칙으로 해요. 바로 이러한 공동체 의식이야말로 협동조합의 가장 큰 장점이자 가치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협동조합 활동은 곧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다살림홈페이지

 

함께 걷는 묵직한 한 걸음
다살림의 사업들을 살펴 보면 모두 연대와 교류를 기반으로 한 가치 중심의 사업임을 알 수 있다. 첫째, 살림과 돌봄 관련해서 도움이 필요한 개인과 도움을 줄 수 있는 개인을 이어 주는 ‘이웃 맺어주기 사업’, 둘째, 사회적경제 기업에서 생산한 상품들을 조합원들의 구매 요구에 맞춰 공급함으로써 사회적경제 활성화와 조합원들의 생활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공동구매 및 직거래 사업’, 셋째, 지역 내 자영업자와 사회적경제 기업, 단체, 기관들을 위해 온라인 홍보 공간을 제공하는 ‘홈페이지 광고 사업’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사업을 통해 다살림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공동체 문화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통한 선순환이다. 공동체 안에서 소비자와 생산자, 이웃과 이웃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수익이 창출되고, 나아가 일자리까지 창출된다면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선순환의 모습이 아닐까.

한편으로는 소비자협동조합을 표방하기 때문에 아이쿱, 한살림 등으로 대표되는 생활소비자협동조합과 비교해서 보는 외부의 시선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서 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는 기존 생협들이 그들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부분들, 예를 들면 조합원들의 협동조합 철학 공유 결여, 조합 운영 참여 부족, 직거래가 아닌 프랜차이즈 구조, 협동조합이라기보다 중산층 기반 친환경 물품 유통업체라는 이미지 등 기존 생협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한계들을 항상 염두에 두고, 경계하고 있어요. 그걸 잘 알면서 그 뒤를 그대로 밟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하니까요.”

이러한 명확한 사업 방향과 문제 의식에 대한 끊임 없는 자각이 있어서일까. 2014년 3월, 46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하여 100여명의 조합원들이 함께하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큰 어려움이나 위기, 그 흔한 조직 갈등 한 번 겪지 않고 무난히 걸어온 다살림. 물론 갈등의 요소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왜 다른 생협들처럼 매장을 내지 않느냐, 왜 보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하지 않느냐는 주변의 압박과 질타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서 이사장은 “협동조합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돈이 목적이었으면 힘들게 조합을 할 이유가 없다. 번듯한 매장을 가지고 직원 채용을 한다면 그때부터는 조합 참여가 즐겁지 않고 늘 임대료와 직원 보수를 메꾸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될 것” 이라며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했다. 또한, 함께해서 즐거운 것, 협동과 공동체를 경험하는 것,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생각하는 것이 협동조합을 하는 진짜 이유임을 늘 강조하였다고 한다.

“혼자 빠르게 걷는 열 걸음보다 느리지만 함께 걷는 묵직한 한 걸음이 더욱 중요해요. 흔들림 없는 목표가 있고 조합원들의 믿음과 지지를 이끌어 낼 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가시적인 성과의 압박에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일정한 속도로 한 발 한 발 내디뎌야만 해요."

 

 

서원희 이사장님2.5

 

 

언제나 중심은 사람
조합원 모두가 주인이고 무엇이든지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조합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실제로는 몇몇 핵심 조합원들의 주도로 운영되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역량을 갖춘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더욱 중요하다고.

“협동조합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 중심이고 가치 중심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하고 있는지, 특히 그 조직의 리더가 어떤 평판을 갖추고 있고 어떤 인성을 지닌 인물인지가 그 조직의 성패를 좌우할만큼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광명 지역에서만 20년 넘게 살면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며 사회 활동과 봉사 활동을 해왔다는 서 이사장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 그 자신감에서 진정성이 엿보였다.

“조합원 모두가 조금씩 역할을 늘려나가고 역량을 키워나가면 당장은 아니겠지만, 수치적으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수치적인 게 전부라거나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아니다. 비록 지난 한 해 다살림에서 목표로 잡았던 수치적인 성과에는 미치지 못했을지언정 또 다른 차원의 성과들, 수치화할 수 없는 성과들은 분명히 있었다고 믿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치적인 성과는 분명 중요하기에, 그들이 중요하게 지켜온 원칙과 방법들, 그들이 쌓아올린 경험들, 그들만의 방법과 속도대로 나아가도 된다는 확고한 믿음과 신념을 바탕으로 열심히 사업을 한다면 수치적으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뭔가 새로운 목적이나 새로운 사업 계획을 짜는 일을 하지 않아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방향에서 좀 더 잘 할 수 있고, 지속할 수 있고, 더 단단히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할 뿐이에요.”

올해 사업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한 서 이사장의 짧은 대답이었다. 하긴, 해마다 구색 맞추듯 새로운 사업 계획을 늘어놓는 것도 어딘가 ‘진짜’같지는 않다. 그리곤 이내 이어진 서 이사장의 다소 소박한 바람이 오히려‘ 진짜’같았으니까!

“기존에 하던 정기 모임 및 공부 모임, 야유회나 등산 모임, 송년회,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등 조합 모임을 더 다양하게, 그리고 활발하게 하고 싶어요. 그러면 조합원 간에 더 많은 친분과 신뢰가 쌓이겠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공동체 문화가 활성화되고, 어느새 우리는 한 발짝 더‘ 마을’이라는 실체에 접근할 수 있지 않겠어요?”

아, 그거였구나. 마을의 실체는 그 안에 살아 숨쉬는 사람이었구나. 인터뷰 말미, 그제서야 비로소 마을이 보이는 것 같았다.

 

 

출처 : 「2014년 사회적경제, 내일을 상상하라」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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